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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1974) 영화 줄거리
『차이나타운(Chinatown)』은 193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사설탐정 제이크 기티스(Jake Gittes)가 단순한 외도 사건으로 보였던 의뢰를 시작으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누아르 영화이다. 기티스는 한 여성이 자신의 남편인 워터 부서의 기술자 홀리스 멀레이를 미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사건에 착수한다. 하지만 곧 그 여성이 멀레이의 실제 아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짜 부인인 에블린 멀레이(Evelyn Mulwray)를 만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기티스는 수자원과 부동산 토지 개발을 둘러싼 부패, 부당한 이득, 은폐된 가족 비밀 속에서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에블린의 아버지인 노아 크로스(Noah Cross)와 과거의 어두운 진실이 드러난다. 특히 에블린과 그녀의 딸에 관한 비극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결말은 기티스가 익숙한 공간인 '차이나타운'에서 절망 속에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 장면으로 끝나며, 전형적인 할리우드 해피엔딩의 공식을 거부한다.
시대적 배경
『차이나타운』은 1930년대 대공황기 시절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이다. LA의 수자원 확보 다툼과 부동산 투기 문제를 모티브로 한다. LA는 당시에 급속한 도시 성장과 함께 물부족으로 인한 식수 확보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었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부패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이익 충돌은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영화가 제작된 1970년대 역시 미국 사회는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체제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때문에,『차이나타운』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인간의 탐욕과 권력 앞에 무력해지는 정의, 그리고 구원 없는 결말을 통해 미국 누아르 영화의 정수를 선보인다.
감독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 시스템의 부패를 정밀하게 묘사하였다. 폴란스키는 잔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절제된 연출과 고전적 미장센을 통해 전달하며, 『차이나타운』을 단순한 탐정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걸작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그는 결말의 비극성을 고집하며, 희망 없는 엔딩을 통해 관객에게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원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타운이 설정한 비교적 긍정적인 결말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며, 폴란스키의 감독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부분이다.
배우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은 제이크 기티스 역을 맡아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사설탐정의 복합적인 면모를 훌륭하게 연기하였다. 그의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복잡성과 도덕적 모호성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압권은 페이 더너웨이(Faye Dunaway)의 에블린 멀레이 역이다. 더너웨이는 캐릭터의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 내며, 특히 영화 후반부 그녀가 내뱉는 “She’s my sister. She’s my daughter. She’s my sister and my daughter!!”라는 대사는 관객에게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깊은 감정적 울림을 선사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대사의 반복이 아니라, 금기와 폭력이 얽힌 에블린의 비극적인 삶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다. 더너웨이의 눈물과 절규는 극단적인 고백의 무게를 그대로 전하며,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선 심리극의 정점을 이룬다. 이 장면은 배우의 연기력과 연출, 대사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총평
『차이나타운』은 단순한 미스터리나 누아르의 틀을 넘어서, 인간성과 정의, 권력과 탐욕, 가족과 폭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걸작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연출과 잭 니콜슨, 페이 더너웨이의 압도적인 연기, 그리고 로버트 타운의 정교한 시나리오가 결합하여 영화사는 물론, 사회 비판적 예술로서도 손꼽히는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는 고전 누아르 영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현대 누아르 장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희망 없는 결말과, 인간의 구원이 부재한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방식은 여전히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회자된다.
『차이나타운』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시대와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예술적 경험이다. 페이 더너웨이의 고통스러운 절규와 함께, 이 영화는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만한 상흔을 남긴다.